잊고 있었던 느낌.

영풍문고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올 때 횡당보도를 건너기위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반대편에 있는 초록색 치마와 난방을 허리에 묶는 소녀가 딱 눈에 띄었다.
누가봐도 새내기이거나 새롭게 단장을 한 20대 소녀였다.
굉장히 밝고 건강하고 활기찬 느낌을 저렇게 옷으로도 표현하고 그걸 본 내가 느낄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였다.

누구나 색채라는 게 있다. 그 색채라는 것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아무런 목적없이 일단 밖에 나가자라고 해서 한바퀴 걸어왔는데 그 새 나도 모르게 내 색채가 조금씩 바뀌었고 지금은 이런 색채를 가지고 있구나라는 걸 느낀다.

젊었들 때 예쁘게 꾸미고 다니라고 어른들이 말한다. 나중에는 그것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까.

이 말을 오늘 그 초록색 치마의 소녀를 보며 느꼈다.
어떤 얼굴을 가졌는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참 궁금했지만, 그 사람에게 불편함을 느낄까봐 멀리서 어렴풋이 실루엣만 보았을 뿐 그 이상하기에는 망설여졌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소녀도 나를 본 느낌이였다. 나를 멀리서 보고 조금 느리게 걷는 느낌을 받았지만 내 착각일뿐 실제로 그러한 것은 그 소녀만 안다.

나도 그 시기마다 뭔가 멋있게 보일려고 시도를 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굉장히 흑역사이고 왜 저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시행착오를 했지만 그때 그렇게 한 것이 후회는 절대 없다. 그 때 그렇게 했기에 배울 수 있었고 재미있는 기억도 있고 조금씩 다듬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가끔은 혹은 누군가에게는 오늘본 초록색 치마를 입는 그 소녀처럼 멋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영풍문고에 들어가서는 문구쪽부터 천천히 보았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여러가지 문구와 물품과 그림들, 그 속에서 그것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사람들과 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러사람들.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보내는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서. 내 답답한 이 마음을 조금은 진정하기위해서 영풍문고에 향했는데, 내가 잊고 있었던 감정이나 느낌, 감촉을 느끼게 해주었다. 소설책이나 책을 보니 굉장히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책을 지은 사람의 일상이 눈에 선하게 보이고 그 사람이 글쓰는 작업을 하면서 가졌던 마음가짐 또한 어렴풋이 느껴지는 느낌이였다.

오늘 아무런 목적없이, 단지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방향성을 찾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기위해 밖으로 나갔는데 짧은 시간이였지만 많은 걸 느낀다.

앞으로 하루에 한번은 꼭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하든, 산책을 하든 뭘 하든 하자.

이렇게 하니까 내 외로움과 누군가에게 갈구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온전히 ‘나’를 인식하는 그런 느낌이였다.

2018년 3월 14일 내 일기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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