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ape.에 대하여.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bad ape라고 하는 새로운 유인원이 나온다. 이 유인원은 자신을 시저의 무리와 달리 동물원에서 탈출한 유인원이라고 소개한다. ape virus에 영향을 받아서 인간들이 하는 언어를 배우게 되었고,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bad ape가 시저의 무리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깊다. 인간들이 나에게 (손가락을 바깥으로 향하게 행동하며) ‘bad ape’ (손을 돌려 자신을 가르키며) ‘bad ape’ 이 장면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름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불러주는 명칭이다. bad ape도 인간들에게 그런 이름으로 불렀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bad ape가 되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캐릭터를 보면 굉장히 어리숙하지만 이타적이고 굉장히 착한 캐릭터이다. 유인원에게 있어서는 bad ape가 아니라 good ape가 되는 것이다. 인간들에게는 bad ape가 될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역설적인 이름이다. 인간에게는 bad ape가 되지만, 유인원에게는 good ape가 된다. 이 영화와 같이 인간과 유인원이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는 집단끼리는 어찌할 수 없는 관점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bad ape라는 캐릭터를 보자마자 나와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본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본 캐릭터중에서 가장 나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뜬금없는 때에 수박을 떨어뜨려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거나 내 지갑을 떨어뜨려 옆에 있는 사람을 당황할 만큼 굉장히 어리숙하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능숙한 모습이 없지만,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싶다.’라는 게 내 진짜 마음이다. 동시에 사람들에게 애정을 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따금씩 사람들이 나에게 “착한 것 같다.” “선한 사람인 것 같다 .” “순수하다.”